부모와 전문가의 갈등

부모와 전문가의 갈등

 

부모와 전문가의 관계는 장애 아동 치료나 교육 때문에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 문제의 관심은 장애 아동 부모의 협력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부모를 만나면 부모들이 무엇을 얼마나 요구하는지를 알 수 있다. 많은 장애 아동의 부모는 전문가의 상호관계 또는 일방적인 관계에 노출되기 쉽다. 부모와 전문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자주 제기되고 있다. 

선진국에서 모든 부모와 전문가의 관계가 일찍부터 법적인 욕구에서 서로 다른 관계에서 요구하기 쉽다. 미국에서도 초기에는 전문가들이 부모에게 방관적인 자세에서 오늘날에는 협력자로서 인정하여 부모를 치료나 교육에 참여하도록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다. 

부모와 교육 관계에서는 그 관계가 더 뚜렷하다. 부모 권리, 부모 참여, 부모 협력, 부모 개입, 보조자 등으로 협력적인 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Hilton과 Henderson(1993)은 미국 초등학교 특수교사들이 기대하는 부모역할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였다. 교사들은 부모들이 학교에서 시행하는 교육활동에 지원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에 87%가 동의했다. 그리고 부모의 가정교사 역할의 중요성(77%), 교육 활동 참여(97%), 옹호자의 역할(79%), 그리고 교육에 또는 치료에 결정하는 권리자의 중요성(59%)에 동의했다. 이상에 결과는 아직도 교사나 전문가들이 부모에게 자녀에 동등한 참여자라는 입장보다는, 수동적인 참여나 요구하는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즉 부모와 전문가의 관계에서 동등한 파트너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교사들은 미국 교사들보다 부모의 역할과 전문가의 관계에서 시련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학급 인원이 많고, 지역사회 자원이 적고, 부모들이 장애 자녀에 대한 죄의식이나 희생을 더 보여주기 때문이다. 

장애자녀의 부모와 전문가 간의 갈등은 그 책임이 서로에게 더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담에서 전문가들이 무의식적으로 전지전능한 태도나 책임에서 벗어난 태도를 가지거나, 부모 위에서 일한다는 생각 때문에 저항이나 불만을 유발한다. 그리고 부모는 전문가를 존중하거나 부모의 권리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이미 법적인 소송으로 제기된 사례가 있다.

 아동 치료교육에서 일어나는 전문가와 부모들의 갈등에서 전문가들이 갖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그리고 부모들은 어떤 어머니들인가? 현장에서 보면 불친절한 전문가들 때문에 부모의 불만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이 진지하게 부모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거나 상충된 지식으로 설득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하여 병원, 학교, 개인 클리닉, 지역 복지관, 또는 보건소에 자녀를 보내는 어머니 20명을 면접하여 얻은 부모의 불만과 갈등은 다양하다(구본권, 1999). 그 결과를 순위별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치료교육이 만족스럽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중증장애 자녀의 입학상담에서 거절하거나 학급 배정을 하지 않는다. 교사들은 부모에게 봉사를 일방적으로 요구한다(식당, 매점, 청소, 보조교사, 행사 참여, 견학, 아이 소풍, 운동회 등에서 요구한다). 통학버스를 이용한 아동의 이동시간이 길어 아이가 지친다. 장애아동양육으로 어머니 개인생활이 거의 없거나 육체적으로 지친다. 치료 교육비 지출로 가정경제 부담이 크다(평균 90만~120만 원 추가 비용). 아동 진단·평가·판정에 불만이다. 상식에 벗어나는 판별을 한다. 

 어머니의 책임과 가족의 스트레스, 희생이 크다. 전문가들이 너무 권위적이다(90년대 전문가들이 모두가 그런가?). 부부의 건강을 돌보거나 애정을 유지하기 어렵다. 교사는 학습에서 아동에게 체벌을 많이 사용한다(매, 벌, 소외, 꼬집기, 격리 등). 교육에서 노력하지 않는 교사의 수업에 내 자녀를 의뢰하기 싫다(수업을 적당히 때우는 교사, 게으른 교사, 수업 외 바쁜 교사도 아이들에 피해를 주고 있다). 위에서 보면 어머니들은 전문가의 관계에서 언제나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아동상담에서 또는 치료나 부모와 전문가의 관계에서 전문가의 요인, 부모 요인, 사회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일어난다. 예컨대 어떤 복지관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아동의 부모가 병원으로 찾아와서 의사를 보자마자 펑펑 울기 시작했다.

 부모는 ADHD가 심한 아동이 문제행동으로 인한 발전으로 ODD(Oppotional Deficient Disorder)가 나타나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 조기 발견하여 약물치료를 시작했는데, 부모의 심리적인 문제로 중도에서 그만두는 일이 반복되어 아동의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 시·도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상담실에서 상담자는 아동의 장애가 너무 심각한 것은 부모가 노력을 하지 않아서라는 말을 하였다. 그 말에 어머니는 충격을 받고 상담을 중지하였다. 물론 부모에게 장애를 인정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긴 하지만 치료자라는 전문가는 충분한 정보도 알아보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한 것은 큰 실수이다. 그것은 전문가로서 올바른 판단이나 행동이 아니다. 전문가가 갖고 있는 문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첫째, 자신의 전공에서 훈련을 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분야에 조언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갖추지 못하였다. 정확하지 않은 지식으로 모두 다 안다는 태도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겸손하지 못한 사람이다. 상담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타당하고 정확하게 아동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고 지속적으로 연구하며 다른 전문가에게 협의하거나 의뢰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둘째, 인격적으로 성숙되지 못한 사람이다. 미숙한 전문가는 타인의 의견을 수렴할 줄 모른다. 이런 사람은 아동을 치료나 교육에 적응시키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또한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당연히 아동에게도 영향이 미친다. 셋째, 부모와 사교적인 관계에 흥미를 갖는 것은 피한다. 자신의 말을 잘 순종하는 사람의 관계만을 형성하려 한다면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리고 전문가의 관계가 깨질 수 있다. 특히 중요한 사회 환경은 내담자들이 전문가를 찾아와서 전문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불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회병리학적인 문제이다. 예를 들면, 도서나 인터넷상에서 자신과 비슷한 증상에 대한 글을 읽고 의사에게 가지 않고 자신 스스로 진단하고 치료하려 든다. 그리고 간혹 부모는 아동에 대한 진단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전문가를 가르치려 할 때도 있다. 

 전문가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부모는 얼마든지 있다. 부모가 판정하고 전문가처럼 행세하는 것을 임상에서 가끔 접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장애 아동을 가진 부모와 전문가 간의 협조적인 관계를 맺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첫째, 부모는 전문가의 의견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 둘째, 전문가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연구한다. 셋째, 사회에서 전문가들 간의 정보를 교환하고 협조를 지원한다. 이와 함께 의사는 치료, 수술, 약물 처방만이 아니라 전인치료를 도와주는 것이다. 의사라는 특별한 전문직이 가진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최근에 의사들의 의식이 변화하고 있다. 모든 의사는 장애 아동교육 치료에 최선의 도움을 주려 한다. 아동에 대한 심리적인 문제나 행동적인 문제는 전문가들이 너무 경솔하게 진단을 하거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자신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고 시인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는 진단을 진지하게 대응하지 못하여 아동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 대부분이 초기 진단이나 임상에서 실수가 있었기 때문이고 특히 훈련이 없는 전문가들이 너무 무지하기 때문이다.  물론 부모에게도 문제는 있다. 한국에 부모들은 전문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의 의견을 인정하지 않고 전문가에 도전하는 어머니도 있다. 부모가 쓸데없이 전문가에게 도전할 필요가 있는가? 또는 나의 전문성을 내세우면서 다른 전문가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 모두가 남을 존중하거나 신뢰하는 사회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부모를 너무 아프게 하는 전문가의 상담은 위험에 언제나 노출되어 있다. 아직도 발달 장애 치료교육과 관련한 많은 문제와 전문가들 간의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